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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로봇주차'시장 열리는데... 국내 규제에 주택상용화는 먼길

등록일
2025-03-13
인정피에스

태국은 로봇주차를 활용해 고질적 문제인 주차난을 해소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 로봇주차 시스템 시장은 약 3억달러(4365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자주식 및 기계식 주차에 비해 지하 심도를 줄여 공사비용을 낮출 수 있는데다 병렬식 주차 등으로 같은 공간 내 더 많은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줄여 만들어진 공간을 상업용 임대시설로 바꿀 수도 있다.

멕시코와 유럽 등에선 이미 10여년 전부터 로봇주차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최근들어 태국처럼 도입하는 나라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국 조사기업인 그랜드뷰리서치는 2023년 20억달러(2조9200억원)였던 전 세계 로봇주차 시장 규모가 2030년 67억달러(약 9조7786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주차의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최근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 ‘셈페르엠’은 2008년부터 자동 주차로봇 시스템 ‘엠피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현재 태국을 비롯해 12개국에 총 1만183대 규모의 엠피시스템을 설치했다.

셈페르엠의 행보을 눈여겨 보던 삼표그룹은 2022년 이 회사와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하며 로봇주차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DP월드에 985대 규모의 직원용 주차전용시설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위아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기지인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한 차량을 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주차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약 10대의 주차로봇이 현지에서 운영 중이다. HL홀딩스에서 지난해 설립한 자율주행 주차로봇 제조사인 HL로보틱스는 프랑스 실외 주차 로봇상용기업인 스탠리로보틱스를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국내에선 여러 규제에 가로막혀 로봇주차 시스템의 공동주택 전면 도입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조의 2’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은 상업지역, 준주거 지역 내 소형주택 또는 주택외 시설 건축시에만 허용된다. 현재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는 아직 기계식 주차장 또는 로봇주차 시스템을 설치할 수 없다.

주택 외 시설에는 로봇 주차 적용를 적용할 수 있지만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계식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입출고시간)’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에 차를 모두 입출고하는 시간이 각각 2시간을 넘어선 안된다. 현재 엠피시스템 1대로 2시간 내 입출고할 수 있는 차량 수는 최대 60대다. 이 규정 때문에 100대 규모 주차장을 지을 경우 엠피시스템 2대를 설치해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선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출차 시간 규정이 없는 태국에선 엠피시스템 1대로 평균 100~110대를 입·출고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관련 업계와 협의해 병렬주차시 2열에 주차된 차를 먼저 빼는 방식에서 1열 차량부터 빼고, 차량 방향전환장치 회전시간을 2시간 입출고 시간에 제외하는 등 일부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기존 주차장을 즉시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자주식과 로봇 주차 시스템을 병행하는 혼합형 운영 모델을 도입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지난해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성북구 장안동에 짓고 있는 한 오피스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102대 규모의 엠피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시·컨벤션·오피스·호텔 등을 짓는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에도 로봇주차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 개정을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사, 시행사 등이 로봇주차 시스템의 국내외 실증 사례를 활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콕=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