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를 시작으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가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화재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대응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는 기계식 주차장이 철골 구조인 데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철골 구조로 설계된 대부분의 기계식 주차장은 각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 소방시설 시행령에 따라 건축물 내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 면적이 2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설치된 대부분 기계식 주차장의 면적은 20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계식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화재 확산 방지와 신속한 대응을 위해 관련 규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에서 연쇄적으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전체 전소는 물론 건물 붕괴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4건이던 전기차 화재 건수는 이듬해 4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7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차된 전기차 화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같은 일반 자주식 주차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 가능한 차량 제원 기준을 상향하는 시행규칙이 담겨있다.

개정안에 따라 차량 제원 기준이 상향되는 경우 차량 무게를 이유로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전기차 제한이 완화된다. 당초 8월 중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전성 검토 등의 이유로 시행 시기가 연기된 상태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이 기계식 주차장 내 화재 위험에 대한 별도의 안전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 가능성이 높은 전기차의 입고 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 관련 한 전문가는 "규모나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행 규정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하고, 법률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민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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