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두줄서기 논쟁
“한 줄 서기냐, 두 줄 서기냐”
해묵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 논쟁이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모두의 토론회: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를 열고 시민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우선 행안부가 토론회를 앞두고 공개한 사전학습자료를 보면,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에 대한 시민 의견은 팽팽했다. ‘한쪽에 서고 다른 한쪽으로 걷는다’는 응답은 50.1%, ‘두 줄로 서서 움직이지 않고 이용한다’는 응답은 49.9%로 불과 0.2%포인트 차이였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은 지난 30년 가까이 여러 차례 변했다. 한 줄 서기는 1998년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바쁜 사람들을 위해 왼쪽을 비워두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년 뒤 월드컵문화시민연대가 한·일 월드컵 개최(2002년)를 앞두고 본격적인 캠페인에 나서면서 한 줄 서기가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한 줄 서기가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잇따랐고 오른쪽 한 줄 서기로 한쪽에 무게가 쏠리면서 설비의 잦은 고장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에 2007년부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교통공사 등이 양쪽에 서서 이용하는 ‘두 줄 서기’ 캠페인에 나섰다. 바쁜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한 줄 서기가 10년도 안 돼 안전을 이유로 두 줄 서기로 뒤집힌 셈이다.
그러나 두 줄 서기 역시 생활 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 줄 서기가 몸에 배어 더 편하다”, “두 줄로 서면 뒷사람에게 눈치 보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2015년부터 한 줄과 두 줄 가운데 특정 방식을 정하는 대신 ‘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안전선 지키기’ 등 3대 안전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지하철 역사에서는 여전히 한쪽을 비워두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다.
모두의 토론회 에스컬레이터 편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안전만 놓고 보면 ‘두 줄 서기’ 방식에 손을 들었다. 움직이는 발판 위를 걸으면 다른 이용자와 부딪히거나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1993~2025년에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93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용자 과실에 따른 사고가 72.3%를 차지했다.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을 때 설비에 전달되는 충격도 상당하다. 실험 결과 발판에 가해지는 충격은 올라갈 때 평균 체중의 약 1.54배, 내려갈 때는 약 2.01배에 달했다. 허윤섭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발판 위) 보행으로 발생하는 반복 충격과 한 줄 서기로 발생하는 편하중은 특정 부위에 반복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설비의 수명주기와 유지관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 줄 서기가 더 효율적이라는 통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줄 서기 캠페인이 처음 등장한 이유 중 하나도 급한 사람이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었다. 실제 왼쪽을 비워두면 걸어가는 개인의 이동 시간은 줄어든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전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느냐를 기준으로 삼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장계련 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공행정본부장은 영국 혼잡역에서 진행된 실험을 근거로 들었다. 이용객들이 한쪽을 비우지 않고 양쪽에 서자 전체 수송량이 기존보다 약 25~30% 늘었다는 내용이다. 일부 급한 이용객들에게는 한 줄 서기가 빠르지만, 출·퇴근 시간대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두 줄 서기가 전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장 본부장은 “‘한 줄은 효율이고 두 줄은 안전’이라는 단순한 구분보다 누구의 효율인지, 어떤 장소와 시간대의 효율인지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날 토론 결과와 전문가 제안 등을 토대로 안전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모두의 토론회에서) 모인 소중한 의견을 하나하나 경청해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